장기 발전이 더딘 이유

허금산 기자 | badacensa@naver.com | 입력 2017-12-28 12: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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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발전이 더딘 이유

 

 

[K스포츠장기= 허금산] 역학(易學)에서의 易은 '쉽다. 변화하다'는 뜻이고 學은 학문이란 뜻이다. 즉 쉽게 변화하는 이 세상의 만사만물(萬事萬物)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장기(將棋)도 만사만물 가운데의 하나에 속하므로 시간과 공간속에서 시대에 맞게 부단히 변화, 발전 되어야 한다. 하여 방송 대국에 적응하기 위해 전통 장기에서 '점수제 장기'로 한번 변화하였다.  컴퓨터 운영체제가 도스(DOS)에서 윈도우(Windows)로 변화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윈도우는 ... Win7 ... Win10... 부단히 업그레이드 되는 반면 점수제 장기는 그냥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나는데도 업그레이드를 하려고 하지 않고 있다.

 

장기 발전이 더딘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아래에 나열된 사항들이다. 자 그럼, 그 문제점들을 하나씩 부분적으로 짚어 보겠다.

 

1. 점수제 장기에서 '빅승(점수승)', '빅패(점수패)'는 사라져야 한다.

점수제 장기는 '빅'이라는 대국 결과를 없애기 위해 도입된 방송대국 규정으로써 토너먼트로 승자와 패자만을 가리기 위한 대국 방식이다.

장기 대국 시작부터 한이 73.5점이고 초는 72점이다. 장기 대국 종료시간까지 한,초의 기물 점수는 어느 한 순간에도 같을 수가 없다. 때문에 대국 결과가 "빅"이란 있을 수 없다.  대국 과정에 기물로 궁을 취할 때도 승(勝)과 패(敗)만 있을 뿐이다.

'빅승(점수승)'은 대국 결과가 '빅'이었는데 점수로 이겼다는 뜻이고 '빅패(점수패)'는 대국 결과가 '빅'이었는데 점수로 졌다는 뜻이다.

 

점수제 장기는 '빅'이란 결과를 없애기 위해 도입된 장기인데 '빅'이 웬 말이냐?  '빅'이 없는 장기라면서 '빅'을 논하니 참으로 웃기는 논리이고 모순되는 논리다.

 

전통 장기는 쌍방이 민궁이면서 어느 일방이 기물 하나만 더 있으면 '빅'이 되지만 점수제 장기는 기물 하나가 더 많은 쪽이 이기게 된다. 점수제 장기는 심지어 쌍방이 한,초만 남았어도 한이 이긴다. '빅승','빅패'와 같이 모순되는 용어는 점수제 장기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2. 점수제 장기에서 '빅장'은 사라져야 한다.

'빅장'은 전통 장기에서 대국중 패할 위기에 놓여 있을 때 '빅'이란 대국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궁으로 상대의 궁을 잡으려고 노리는 수를 말한다. 상대가 '빅장'을 막지 않으면 다음 수에 궁으로 궁을 취하면 '빅'이란 대국 결과가 이루어진다. 가장 큰 핵심은 '빅'이라는 대국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빅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점수제 장기의 가장 큰 핵심은 '빅'이란 대국 결과를 없애기 위해 도입된 장기라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점수제 장기에서는 '빅장'이 사라져야 한다.

 

3. 한은 상대점수 1.5점, 초는 상대점수 0점으로 하여야 한다.

점수제 장기가 도입돼서 지금까지 대국 승패의 결정은 대국 시간이 종료되면 나머지 기물의 점수로 승패를 결정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면 한, 초만 남았을 시, 승패는 어떻게 결정하는가?  한, 초도 기물인데 점수를 부여하지 않았으니 위의 승패 규칙으로는 판정할 수 없다.

만일 한에 상대점수 1.5점, 초에 상대점수 0점을 부여하면 위와 같이 한,초만 남았을 때에도 승패를 판정할 수 있다.

왜 상대점수냐? 한, 초에 아무리 많은 점수를 부여해도 (다른 기물에 비해 왕이니 점수가 높아야 하므로) 한, 초의 점수 차이는 1.5점으로 고정이 되기 때문이다.

 

 

4. 점수제 장기에서 '소삼능(小三能)'이 승패를 판정하는 척도가 될 수 없다.

소삼능이란 전통 장기에서 '빅'이란 대국 결과를 나타내는 척도로 사용돼 왔다. 전통장기에서 '비기는 기물' 중의 한 종류로 보아야 한다.

하지만 점수제 장기는 '빅'이란 대국 결과를 허용하지 않는다. 승과 패만을 허용한다. '빅'이 없으면 당연히 '비기는 기물'이 있을 수 없다. 오직 이기는 기물과 지는 기물만 존재할 뿐이다.

 

점수제 장기에서 장기 논리로 승패를 결정하는 척도는 오직 두가지 뿐이다.

첫째는 대국 종료시간까지 기물로 먼저 궁을 취하는 자가 승자가 되고 궁을 잡히는 자는 패자가 된다.

둘째는 대국 종료시간까지 대국을 했는데 어느 일방도 상대의 궁을 취하지 못했을 시 남은 기물의 점수가 높은 자가 승자가 되고 점수가 낮은 자가 패자가 된다.

그외는 실격패나 기권패를 논할 수 있다.


상술한 것 이외에도 기존 대국 규칙·규정을 수정하여야 할 것들이 더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설명하련다.

장기가 발전하려면 대국 규칙·규정이 알기 쉬워야 하고 심판이 없어도 대국자들마다 스스로 승패를 가릴 수 있어야 한다. 대회 때마다 장기 규칙·규정으로 인한 모순으로 다툼이 잦고 그 누구도 대국자들이 수긍할만한 판정을 내놓지 못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현존하는 장기 규칙·규정에 많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장기 규칙·규정이 알기 쉽다면 접근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며 저변 확대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장기 규칙·규정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시간을 늦추면 늦출수록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윈도우처럼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높아져 그것이 선행될 때만이 장기의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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